뒷북] 마야(Maya)가, 맥스(3ds Max) 만드는 오토데스크(Autodesk)에 인수됨

3D그래픽 소프트웨어에 대한 게시물입니다.

며칠 전에, 3ds Max 9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오토데스크 (Autodesk, NASDAQ: ADSK)에 갔더니,

Autodesk® Maya® 8

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있었습니다. 잠시 눈을 의심했지만 곧, 오토데스크가 마야와 연동되는 플러그인 같은 것을 개발했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룻밤을 자고 나서 생각해 보니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다시 확인해 본 결과, 오토데스크가 앨리어스의 마야를 진짜 인수한 것이었습니다.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장면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3D그래픽 소프트웨어는 앨리어스(Alias)였고, 오토데스크의 3D Studio(도스용)는 영세업체에서나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였습니다. 심지어 장난감 취급까지도 받았습니다. 윈도NT이상을 위한 3ds Max 도 초기 버전의 경우에는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토데스크가 앨리어스를 인수했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실은 몇 년 전부터 앨리어스가 경영이 좀 어렵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마야(Maya)는 주로 영화제작용으로 사용되는 것이기에, 구입자가 무한정 많을 수가 없고 그래서 당연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토데스크에 인수당하는 굴욕(?)까지 겪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토데스크는 오토캐드라는 확실한 수익원이 있고, 3ds Max는 오토캐드와 연동되어 설계 등의 실용적인 분야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에 아무래도 앨리어스보다는 경영이 나았을 것입니다.

후폭풍에 대한 우려

맥스(3ds Max)는 마야와 선의의 경쟁을 하며 지금까지 발전해 왔는데, 이제 경쟁 상대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마야는 물론이고, 맥스의 앞날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 마야를 없애 버리는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마야 유저들이 견제를 할 것 같습니다.

* 맥스에 마야를, 마야에 맥스의 기능을 추가: 서로의 개성이 훼손되어서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제가 맥스 진영이기 때문에, 맥스에 마야의 강력한 기능들이 추가되면 우선 기쁘겠지만, 결과가 계속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마야를 다른 회사에 되파는 경우: 그럭저럭 괜찮지만 마야에게는 상처가 될 것입니다.

* 맥스를 없애고 마야만 만드는 경우: 맥스 유저가 세계적으로 월등히 많기 때문에 이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어떤 경우든, 별로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3D그래픽은 망했는가?

더 놀라운 것은, 작년인 2005년 10월에 인수되었는데, 거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인수 소식이 저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동안 3D그래픽에 대해 신경을 쓸 시간이 없기도 했었지만, IT 사이트와 블로그를 매일 둘러보는데도 그런 소식을 전혀 접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놓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보니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3D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대폭 줄어든 것 같습니다. 3D그래픽이라는 것이 워낙 힘들고 취직도 잘 안되는 분야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전에 많던 3D그래픽 사이트들이 요즘에는 잘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해도 시들시들하더군요.




추가 사항:

LCD 모니터의 대중화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LCD 모니터에서는, 와이어프레임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와이어프레임에 클리어타입 비슷한 기술이 적용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LCD 모니터에서 3D그래픽을 하는 것은 힘들기에, 3D그래픽에 흥미와 의욕을 가지는 초심자들이 자꾸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