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19, 2006
독서] 문학을 찾아서 ― 도정일 (계간 문학동네 2000 년 가을호 대담)
소설을 쓸 때 항상 명심해야 할 중요한 핵심 사항들이 있어서 문예지에서 발췌 인용했습니다.
문학 교육과 비평의 사회화라는 대담의 일부인데, 이것은 문학동네 2000년 가을호에서 누락된 원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쇄본에는 없을 것입니다.
관련 포스트:
[독서]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의 고언 / 계간 문학동네 199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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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그렇지요. 묘사력도 있고 문장력도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우리를 자극하는 어떤 문제도 질문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세계와 인간에 대한 질문이 문장의 형태로 작품 속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주문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게 배후에 깔려 있어야죠. 아, 이 작가는 이 문제를 건드리고 있구나, 이것을 파고들고 있구나, 이것을 자기 체험의 언어로 서술하고 있구나, 독자가 그런 식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또 주제는 반드시 작가만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읽기의 과정에서 독자 자신이 만들기도 합니다. 발견하는 것이든 만드는 것이든 간에 주제가 눈에 띄고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문학의 경우 이 부분이 지금 위험한 약체 수준입니다. 한국문학에 국한시켜볼 경우 내가 우리 문학의 수준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 이유도 문제를 녹여내고 의미 있는 문제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빈곤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문제를 생산한 예외적 작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창작 지망자들이 그만큼 사유 훈련 자체가 안 되어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없을 때 어떻게 소설이 만들어집니까? 인물도 못 만듭니다.
이성욱: 시인이든 작가든 예술가는 세상을 보는 자기 고유의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고들 하는데 결국 그것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어떻게 기르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주장은 비평 교육이 그런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계기 중 하나가 된다는 것인데.
도정일: 비평 교육이 필요한 또하나의 이유는 이런 것입니다. 20 세기 중반 이후 비평의 갈래는 아주 다양해집니다. 약 여덟 개의 비평담론들이 있는데 그들이 내놓고 있는 이론이나 방법론적인 통찰들을 보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을 수 있구나가 절감됩니다. 이 목소리의 다양성, 이것이 창작 교육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하면, 등장인물의 다양성, 목소리들의 다양성과 연결됩니다. 그런데 요즘 소설들은 대개 화자-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느라 목소리가 빈약하고 평면적이어서 재미없습니다. 소설에는 여러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와 갈등을 일으키고 싸우고 하는 충돌의 불꽃들이 번쩍여야 합니다. 섬광이 없어요. 여러 이질적인 목소리들이 만나고 충돌하고 그런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소설이 평면적, 단선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빈곤을 초래한다는 겁니다. 또 작가의 관점이라 했을 때, 반드시 하나의 관점을 작가가 작품에 밀어넣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자기 관점을 투영, 조절, 중개하고 다양한 목소리들의 장에서, 말하자면 소설의 세계에서, 독자로 하여금 어떤 인물이 재미있더라, 작가의 관점은 이런 것이구나 등등의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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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욱: 근 십여 년 동안 많은 작가들이 새로 등장했는데 그분들의 작품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습니까.
도정일: 매우 건방진 생각인데 한국의 시인, 작가들에게는 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누군가 보여주어야겠구나, 그럴 정도로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문학 교육과 비평의 사회화라는 대담의 일부인데, 이것은 문학동네 2000년 가을호에서 누락된 원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쇄본에는 없을 것입니다.
관련 포스트:
[독서]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의 고언 / 계간 문학동네 1998년 가을호
tag: books
독서 | Books
도정일 교수께서 한국문학의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하고 계시는 글이고 창작하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입니다. "등장인물의 다양성, 목소리들의 다양성"이라는 조언은 제가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_∩)
랄라라님의 코멘트:
* 이에 대한 mwultong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새 블로거 버전에서는, 랄라라님의 한글 아이디 글자가 깨져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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