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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y 16, 2006

[독서] 이지형 장편소설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 프리뷰


이지형 장편 소설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본문 첫페이지




제1장 아틀란티스




전차가 멈추는 순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맨 앞에 서 있던 나를 밀치면서 내렸다. 그들은 일제히 손바닥으로 머리를 가리고는 뛰었다. 모두 검은 코트의 단춧구멍 같은 어두운 골목 속으로 잘도 숨어들어갔다.

나는 그냥 전찻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순식간에 나는 젖었다. 종로 네거리 그 수많은 사람들과, 빌딩들과, 간판들 가운데 내가 제일 먼저 젖었다. 따라서, 마음만 먹는다면 제일 먼저 마를 수도 있었다. 나는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멍청히 서 있는 나를 향해 검은색 포드 세단 한 대가 바로 무릎까지 무섭게 돌진해오더니, 고양이처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그 뒤로, 소나무 땔감을 가득 실은 수레가 삐거덕거리며 헤매는 사이, 회색 비크 택시가 짜증스럽게 클랙슨을 울려댔고, 그 옆으로 출장 기생을 태운 인력거꾼이 지카다비를 힘차게 구르며 내달렸다. 발판에 가야금을 꼿꼿이 세우고 앉은 기생이 쫄딱 젖은 나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며 스쳐갔다.

어느새 다음 전차가 푸우푸우 물길을 헤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완벽히 젖은 난, 더 이상 젖을 수도, 더 이상 운이 없을 수도, 더이상 슬플 수도 없었다. 나도 전차와 함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 빗물에 잠겨버리기 전, 어서 빨리 아틀란티스를 찾아야만 했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두 개의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이 작가 특유의 '산문(prose)'이고 다른 하나는 소재 처리의 신선함이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의 작가는 근년의 신예들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매우 놀라운 수준의 산문 생산력을 과시한다.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서술 - 묘사들은 독자에게 웃음, 재미, 경이를 경험하게 하고 '읽는 재미'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하게 한다.

사건 소재와 인물 만들기도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다. 독자는 주인공 조난실의 거짓말과 이해명의 '또라이' 짓을 보면서 우리 내부의 어떤 것이 그 두 인물의 형태로 외화되어 간단치 않은 문제를 우리에게 되돌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도정일(문학평론가, 경희대 영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는 “근년의 신예들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매우 놀라운 산문생산력”이라며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실감하게 한다”고 칭찬했다.





이지형 선생의 장편 소설 『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는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께서 높이 평가하신 소설입니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면 '경장편소설'입니다. '문학동네작가상'이 200자 원고지 500장 내외의 경장편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목차보기

1. 아틀란티스
2. 그녀
3.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되다
4. 중국여관에서의 하룻밤
5. 괴로운 두 남자, 수상한 한 남자
6. 추억이 두려운 남자
7. 눈물의 재회
8. 카페의 여왕
9. 불륜의 여왕
10. 여자는 변명을 하지 않는다
11.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건
12. 박가 SONG
13. 경성 감옥
14. 우린 모두 외로운 싸움을 하지
15. 전기의 영혼
16. 댄스홀을 찾아라!
17. 문화구락부



출간일: 2000-09-15
페이지: 240쪽
출판사: 문학동네
값: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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