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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김훈 소설 '언니의 폐경' 프리뷰 /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Wednesday, April 26, 2006

김훈 단편소설 「 언니의 폐경 」 본문 첫 1~2페이지




내 아파트에 오는 날이면 언니는 늘 베란다 창문 앞 테이블에 앉아서 저녁나절을 보냈다. 저녁 무렵에 언니는 좀 수다스러워졌다. 수다라기보다는 말문이 겨우 트이는 모양이었다. 여성잡지의 갱년기 특집을 보니까 폐경을 맞는 여자들은 저녁 무렵에 근거 없는 불안을 느낀다고 적혀 있었는데, 언니의 저녁 수다가 그 불안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저녁 무렵에 언니가 하는 말은 거의가 하나마나한 말이었다. 언니의 말은 노을이나 바람처럼 종잡을 수가 없었고 멀게 들렸다. 들렸다기보다는 스쳤다고 해야 맞겠다. 나는 늘 언니의 말에 대꾸할 수가 없었다.

― 얘, 비행기가 꼭 물고기 같구나. 저 지느러미를 좀 봐.

아파트 베란다 창문 너머로, 강화도 쪽 저녁노을 속으로 스며드는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언니는 그렇게 말했다. 김포에서 뜬 비행기가 한강 하구 쪽 하늘에서 상어처럼 커 보이다가 붕어만큼 작아지면서 짙은 노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언니는 강화 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얘, 꼭 버들치 같아. 대가리가 반짝거리네. 꼬랑지에 등이 켜졌어. 얘, 좀 봐.

얘, 라고 나를 부르기는 했지만, 언니는 등을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가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에 나는 싱크대 앞에서 저녁을 준비했다.

― 얘, 어쩜 저렇게 스미듯이 사라질 수가 있니?

한강은 하구에 이르러 아득히 넓어졌고, 저녁 썰물에 드러난 갯벌 위에 새들이 모여 있었다. 서해 쪽으로 물러가면서 낮아지는 산들의 잔영이 저녁 어스름에 가물거렸다. 구름이 없는 날, 노을은 아무 거칠 것 없는 빈 하늘에 가득 찼고, 가득 찬 노을은 오히려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들여다보면 깊어서 시선은 한없이 빨려들어갔다. 점점 작아지는 비행기들이 그 깊은 노을 속으로 사라졌고, 저물어서 도착하는 비행기들은 노을의 저쪽에서 배어나오듯이 한 개의 점으로 돋아나서 김포 쪽으로 다가왔다. 베란다 창밖 하늘은 언니의 말처럼 물고기들이 날아다니는 수족관처럼 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사물과 인간의 심정을 교묘하게 결합시켜 사물을 바라보는 50대 여성의 내면세계를 잔잔하고도 치밀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한강 하구의 묘사가 생성과 소멸의 보이지 않는 운동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모든 사물들이 그들의 내면 풍경과 연관되고 있는 점은 이 작품의 탁월한 문학성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아마도 50대 여성의 몸의 변화와 내면을 이처럼 과장 없이 설득력 있게 서술한 작가는 남녀를 불문하고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김치수 「수록 작품 해설」 중에서




김훈 선생의 소설 「언니의 폐경」은 2005년 제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김훈 선생의 소설집인 "강산무진 (문학동네)" 안에도 이 「언니의 폐경」이 들어 있더군요.

출간일: 2005-09-23
페이지: 380쪽
출판사: (중앙M&B)







이것은 위의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과는 별도로, 최근에 나온 강산무진의 목차:

차례
배웅
화장 <- 2004년 이상문학상
항로표지

고향의 그림자
언니의 폐경
머나먼 속세
강산무진

세속 도시의 네안데르탈인/ 해설. 신수정(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더 읽기: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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