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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pril 13, 2006

[독서] 오정희 장편 연재소설 '목련꽃 피는 날' (계간 문학과사회)


오정희 선생의 장편 연재소설 『목련꽃 피는 날』 본문 첫페이지 소개



오늘 인천에 갈 예정이라는 내 말에,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고 있던 남편은 잠깐 떠름한 낯을 지으며 툭 한마디 내뱉었다.

"옛집은 죽을 때나 가보는 거야."

그의 말투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명백히 내 말에 대한 대꾸지만 그 말 속에 '왜'라든가 '어째서'라는 물음이나 힐난이 함께 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간혹 그의 거두절미한 말투에 감정이 거칠어지거나 상처 입는 느낌을 받곤 하지만 구차하게 설명하고 변명해야 하는 과정들이 생략되어도 좋다는 데 대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왜 혹은 어째서라는 물음은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각기 사적 영역으로 간직한 어떤 종류의 모호함, 갈망과 부끄러움, 쓸쓸한 행복감이나 방황과 배반의 기억들과 마찬가지로 오래 함께 살아온 시간의 묵계 속에 가라앉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우리의 일상처럼 갈수록 제한적이고 단순해진다. 때문에 말을 할 때마다 식탁 위의 음식들처럼, 순간순간의 생처럼, 그것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먹어치운다는 생각이 든다. 단단하거나 물렁물렁하거나 둥그렇거나 네모나거나 달거나 쓴, 토막토막 한마디씩 먹어버린 말이 사라진 자리는 비워버린 접시의 침묵으로 남는다.

이윽고 우리는 우리가 먹어버린 말의 무덤이 되고 그것을 봉인하는 마지막 한마디. 사랑해 혹은, 이것이었나? 혹은, 누구지? 어쩌면 스스로에게도 불가해한 단음절의 아! 오! 어쩌면 자신이 속했던 이 세상의 시간을 해체시키듯 자모음을 흩어버린 단말마의 외침...



소설가 오정희 선생은, "완벽한 입체적 조형물을 지향하는 문체미학으로 수많은 후학들의 사표가 돼 왔다", "3차원의 세계에서 튀어나옴직한 상상력"이라는 평을 받는 작가이십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쓰이는 평범한 단어에 시적 울림과 상상력, 의미를 담고 싶어하는 것이다."라고 평소의 소설관을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한국 최고의 소설가로 오정희 선생을 꼽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정희 선생의 신작 소설인 "목련꽃 피는 날"은,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하는 문예지인, 계간 『문학과사회 2004년 봄호』에 연재되던 장편인데, 2004년 여름호를 끝으로 아쉽게도 연재가 중단되었습니다. 문학과사회 2004년 가을호의 서문에, "아쉬운 소식을 전한다. 오정희씨의 장편소설 연재를 작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단하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라고 연재 중단이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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