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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pril 21, 2006

[독서] 한승원 소설 '흑산도 하늘 길' 프리뷰 (문이당)


한승원 소설 『흑산도 하늘 길』 본문 첫 부분




흑산도행

약전은 나주 다경포에 이르러 배를 탔다. 유배살이 할 흑산도로 건너가기 위해서였다. 배는 고물을 모래톱에 대 붙이고 있음에도 먼 바다에서 달려온 황소 떼 같은 파도들로 말미암아 뱃머리를 상하좌우로 흔들어 댔다. 배에 오르자마자 느껴진 어지럼증 때문에 이물의 덕판 옆 갑판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전라도로 열이틀 동안이나 이어 걸어온 유배 길이 너비를 해량할 수 없도록 아득한 암청색의 험한 바다 저쪽 언덕으로 건너가는 여행인 듯싶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임지인 전라도 화순과 경기도 마현 사이를 왕래하면서 무수히 느끼곤 했다. 멀고 먼 여행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면, 굽이굽이 발 닿는 곳에서 만나 본 하늘이나 구름이나 산이나 들이나 강이나 마을이나 사람이나 나락밭이나 콩밭이나 무성한 풀숲들이 어지러운 꿈속에서의 일처럼 아물아물 녹아내리다가 암청색의 꺼끌꺼끌하고 울퉁불퉁한 물너울로 꿈틀거리며 살아났다.

얼마 전, 한양에서 신지도까지의 유배 길과 이번 한양에서 나주 다경포까지의 유배 길에서도 그는 마찬가지 느낌을 맛보았다.

무엇인가가 스쳐 지나가는 듯싶어 눈을 뜨니 새 한 마리가 머리 위를 선회하고 있었다. 점박이 갈매기였다. 저놈은 맵찬 바람 몰아치는 초겨울의 거친 바다 어느 구석에서 살고 있을까. 갈매기가 그를 알아보고 그러는 듯싶어 그놈과 눈길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쳐들었다. 선회하는 그놈을 따라잡기 위해 고개를 돌리다가 다시 어지럼을 느꼈다. 먼 바다에서 달려와 뱃전을 치는 파도와 그로 말미암아 기우뚱거리는 배가 그를 더욱 어지럽게 했으므로 두 손으로 뱃전 시울을 붙잡았다...


한승원 선생은 소설가 한강(韓江) 선생의 부친이시기도 합니다. 『흑산도 하늘 길』은 정약전의 유배생활에 대한 소설입니다. 정약전은 『현산어보』의 저자이며,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입니다. "『흑산도 하늘 길』은 제목부터가 매력적이다"라고 이해인 수녀님께서 평하시더군요.





목차

흑산도행
소흑산도
가오리 코에 닻을 놓는 사람들
틈입자
아전과 수군
하늘천(天) 자 가르치기의 두려움
주역점
거무
두 개의 얼굴
편지
...


출간일: 2005-03-30
페이지: 326쪽
출판사: 문이당



tag: books
독서 |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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