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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pril 08, 2006

[독서] 임철우 소설 '백년여관' (한겨레신문사)


임철우 소설 『 백년여관 』 프롤로그 첫페이지 소개



프롤로그

섬이 하나 있다.

그림자의 섬. 영도(影島). 그것은 결코 환상도 허구의 이름도 아니다. 반도 서남쪽 영락없는 토끼의 엄지발톱 자리. 서해와 남해가 마주치는 그 접점에 작은 철교 하나만으로 육지와 간신히 이어져 있는 섬. 뭍이 끝나고 물이 시작되는 그 몽롱한 경계에 섬은 거품처럼 홀로 떠 있다.

육지와 섬 사이 좁은 해협엔 오늘도 억겁의 푸른 물살 하염없이 흐르고, 낡은 철교 한 가닥 이승과 저승을 잇는 밧줄처럼 희미하게 걸려 있다. 사철 해풍과 물새 떼가 머물고, 호흡할 때마다 파도소리 바다 냄새가 절로 들숨이 되고 날숨이 되는 섬. 한겨울에도 붉은 동백꽃 지천으로 피어나고, 햇살 더없이 곱고 따사로워 아이들은 영영 한번도 눈사람을 만들어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섬. 하루에도 수십 번 물빛을 바꾸는 남쪽바다에 잘 익은 녹두 한 알로 동동 떠 있는 섬...



임철우 소설 『 백년여관 』 본문 첫페이지 소개



쪽지, 혹은 창작메모

"섬이 하나 있다. 그림자의 섬, 영도……."

당신의 책상 앞 벽에 붙인 쪽지엔 그렇게 적혀 있다. 그건 당신이 구상 중인 소설『섬』에 관한, 이를테면 창작메모인 셈이다. 꼭 일 년 반 전, 당신은 그 쪽지를 거기에 압정으로 고정해놓았다. 그즈음 당신은 얼마나 기대와 의욕에 차 있었던가. 스토리의 실꾸리는 충분히 감겨 있고, 이젠 그 실 가닥을 술술 풀어내는 일만 남은 듯싶었다. 이번엔 확실히 뭔가 다르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던 첫 순간의 예감도 좋았고, 무엇보다 구상하는 데 이번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친 적도 드물었다.

당신으로서야 충분히 감격할 만했다. 꼬박 삼 년 만의 침묵 끝에 마침내 입을 열어 토해낼 무엇인가를 찾아낸 셈이었으니까. 사십대 중반의 작가에게 삼 년이란 기간은 치명적인 공백이다. 말하자면, 잠수부의 등에 업힌 산소 탱크 용량의 최대 허용치 같은 것. 당신은 탱크를 지고 깊은 바닷속을 유영 중이다. 산소 잔류량은 제로...




출간일: 2004-12-11
페이지: 344쪽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임철우 선생의 소설『백년여관』은, "백년 동안의 고독"을 쓴 남미 작가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을 받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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